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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 딸 영희가 사랑한 꽃, 팬지. 조세희의 <난쏘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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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우면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919회 작성일 14-02-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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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곧 팬지가 도심 길거리를 장식할 것입니다. 조세희의 <난쏘공>에는 팬지가 난장이 딸 영희를 상징하는 꽃으로 나옵니다. 윤대녕의 <탱자>,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에 이어 이번주 위클리공감 기고글입니다. ^.^

난장이 딸 영희가 사랑한 꽃

1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은 이제 고전 반열에 오른 소설이다. 1976년 발표한 이 소설은 2007년 100만부를 돌파했고, 아직도 매년 5만부 안팎 팔린다는 베스트셀러다. <난쏘공>에는 팬지가 난장이의 딸 영희를 상징하는 꽃으로 나온다.
이 소설은 1970년대 말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와 도시 하층민의 고통을 그렸다. 난장이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영수, 영호, 영희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도시의 소외계층이다. 소설에서 영희는 온종일 팬지꽃 앞에서 ‘줄 끊어진 기타’를 치는 열일곱 살 아가씨다.
 
2
 
난장이는 칼갈이, 건물 유리 닦기, 수도 고치기 등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했으나 이제 병에 걸려 일을 할 수 없다. 영수와 영호는 학교를 중도 포기하고 인쇄소에서 일하다 단지 회사에 불만을 얘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그런데 집마저 재개발로 헐릴 위기에 처했다. 아파트 입주권이 나오지만 입주비가 없는 마을 주민들은 입주권을 팔 수밖에 없었다. 난장이 가족도 승용차를 타고 온 사나이에게 입주권을 파는데, 이 대목에서도 팬지꽃이 나온다.
“그날 밤 승용차 안의 사나이가 우리 동네의 나머지 입주권을 모두 사 버렸다. 그는 다른 투기업자들이 이십이만 원에 사는 것을 이십오만원씩 주고 모두 사 버렸다. 그날 밤에도 영희는 팬지꽃 앞에 앉아 기타를 쳤다. 영희는 팬지꽃 두 송이를 따 하나는 기타에 꽂고 하나는 머리에 꽂았다.”
영희는 입주권을 되찾기 위해 ‘줄 끊어진 기타와 팬지꽃 두 송이’만을 갖고 집을 나간다. 오빠 영호는 영희를 찾아 헤매다 꿈을 꾸는데, ‘영희가 팬지꽃 두 송이를 공장 폐수 속에 던져 넣는’ 꿈을 꾼다. 영희를 상징하는 팬지꽃이 폐수 속에 던져지는 것은 영희의 순수성이 훼손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영희는 투기업자 사무실에서 일하다 순결을 빼앗긴 다음 입주권을 갖고 돌아오지만, 아버지가 벽돌공장 굴뚝에서 작은 쇠공을 쏘아올리다 추락사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 소설은 어두운 현실을 묘사했지만 동화 같은 환상적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접속사 없이 단문을 나열하는 간결한 문장으로 고통스러운 현실과 동화 같은 분위기를 대비시켰다. 작가는 “환상적 분위기는 검열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며 “소설 제목은 당시 한창 화제였던 인공위성 이미지를 사용해 동화적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 소설에서 팬지는 순수한 영희를 상징하면서, 소설에 시적이고 동화적 분위기를 불어넣는 소도구로 쓰인 것 같다.
팬지는 유럽 원산의 제비꽃을 개량한 것으로 이른봄 찬바람이 가시자마자 등장하는 꽃이다. 앞으로 2~3주 정도 있으면 서울 거리 화단도 이 꽃으로 장식될 것이다. 여러 가지 색깔로 개량했지만, 흰색·노란색·자주색 등 3색이 기본색이라 ‘삼색제비꽃’이라고도 부른다. 꽃잎은 5개이나 모양이 각각 다른 것이 특징이다. 팬지(Pansy)라는 이름은 불어의 ‘팡세’, 즉 ‘명상’이라는 말에서 온 것인데 꽃 모양이 명상에 잠긴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팬지 말고도 피튜니아, 매리골드, 베고니아, 제라늄도 도심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예종 꽃들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이 꽃들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들 ‘5대 길거리꽃’만 잘 기억해도 도심 꽃들의 상당 부분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글과 사진·김민철(조선일보 기자·<문학 속에 핀 꽃들> 저자) 2014.02.24

댓글목록

설용화님의 댓글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은
제가 한참 허무주의에 빠져서 허우적 거릴때 읽었던 책이군요^^
암울하고 우울했던 그 시절
지나고 보니 그때가 많이 그립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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